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고택에는
세그루의 매화가 있다.
고택은 추사가 살던 집이자 그의 묘소가 있는 곳인데,
봄이 오면 수선화를 비롯해 매화, 살구, 앵두, 목련 등 많은 꽃들이 핀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 담장 울안에 매화 두그루,
왼쪽 마당 가장자리에 한그루가 있다.
수령은 100년 남짓으로 추정된다.
뒷마당에 있는 한그루는 2월부터 피는 설중매고,
두그루는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핀다.
등걸에 녹색 매화이끼가 수북히 끼어 고태미를 물씬 풍긴다.
대문 오른쪽 매화는 연분홍빛이 감도는 백매인데,
꽃잎을 안으로 살짝 오무리는 꽃의 모양새가 살구꽃에 가까운 수종으로 보였다.
강릉 오죽헌 율곡매와 꽃이 비슷했다.
나무의 수령을 정확하게 매길 자료는 남아있지않다.
다만, 1910년 화재가 발생해 집이 전소된 적이 있고
1976년에 고택이 복원된 사실을 감안할때
매화나무도 그 즈음에 식재된 것 아닌가 짐작된다.
화재로 집안에 보관중이던 추사의 장서 수만권이 불에 타고
집이 전소됐을 정도라면 매화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1976년 고택을 복원할때 매화를 심었을 것으로 보여 수령이
100년 안쪽으로 추정된다.
농업과학기술원 책임연구관을 지낸 안완식박사는
2011년 발간한 '우리 매화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추사고택 매화의 수령을 40년으로 추정했다.
필자가 이보다 수령을 좀 더 길게 본 것은 복원기념으로
식재할때 어린 묘목을 심지않고,
매화를 사랑했던 추사의 학문과 예술의 명성을 감안해
오래 묵은 나무를 골랐을 가능성때문이다.













율곡매를 닮은 수종을 식재한 것도 흥미롭다.
추사는 선대부터 정치적 기반을 노론에 두고 있었다.
노론의 전신은 서인계열이고 율곡은 서인의 영수라고 할 수 있다.
고택을 복원할때 고증에 충실했다면 율곡매의 후손매화를
심었을 수도 있다.
율곡매는 강릉 오죽헌에 있는데,
강릉은 매화의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곳이다.
남부지방의 매화나무는 중부지방에서 겨울에 동해를 입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살구나무에 가까운 매화수종은 겨울에 동해를 덜 입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수령 6백년 넘은 율곡매는 최근 고사 직전이지만
몇년전까지만해도 조선 선비의 기상을 보여주는 대표 매화나무로 평가받았다.
이때문에 씨를 발아해 키운 자손나무들도 전국에 많이 분양됐다.
나무도 주인과 집안 분위기를 닮아 간다는 말이 있다.
추사고택의 매화에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랜 세월 햇빛에 바래고 달빛에 물들어 가면서 등걸 속에 역사를 간직하고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걸의 기굴한 모습과 수북히 끼어있는 푸른 이끼는
추사가 사랑한 '장강만리(長江萬里)와 고송일지(孤松一枝)'의
고졸한 기품을 풍기기에 충분했다.
[출처] 추사고택 '추사매'---매화인문학(133)|작성자 오월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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